임신 중 올바른 약 복용법
임신 중에는 절대 약을 먹어서는 안 된다는 고정관념 때문에 아프면 겁부터 내는 예비맘들이 적지 않다.
하지만 무조건 참기만 하는 것은 좋은 방법이 아니다. 의사의 올바른 처방하에 복용하는 약은 도움이 될 수 있다.
약 복용, 무조건 참아야 할까?
대부분의 임신부가 혹시 태아에게 해가 되진 않을까 하는 걱정으로 약 복용을 불안해한다. 그러나 임신 중 약을 먹었다고 해서 태아에게 반드시 좋지 않는 영향을 미치는 것은 아니다.
임신 중 약물 섭취는 되도록 피해야 하는 건 사실이나, 아이를 생각해서 약을 먹지 않고 무작정 견디는 것도 좋지 않은 것. 약 복용이 꼭 필요한 경우라면 전문가와 상담해 안전한 약을 복용하는 편이 바람직하다.
약 복용이 태아에게 가장 심각한 영향을 미치는 시기는 임신 초기 3개월까지. 심장, 중추신경계 등 태아의 기관이 형성되는 시기로 잘못된 약의 복용으로 인해 태아의 기형이 유발될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이 시기에는 감기, 두통 등의 증상이 있더라도 특별한 경우가 아니라면 약물 복용을 되도록 삼가는 것이 맞다. 만약 임신한 줄 모르고 약물을 복용했을 때는 약물의 성분, 용량, 복용 시기 등을 확인하고 전문의의 상담을 받을 것.
미국 식품의약국에서는 임신 중 약 복용 시 태아에게 미치는 영향에 따라 카테고리를 A, B, C, D, X 5가지로 나누어 안정성을 분류한다. 카테고리 A에는 태아에게 전혀 해가 되지 않는 약물이 해당되는데 사실 이에 속하는 약물은 극히 일부분이며, 비교적 안전하다고 인정되는 아세트아미노펜 등의 진통제도 카테고리 B에 속한다.
태아에게 해를 끼치는 성분이 명확하게 밝혀진 제품은 카데고리 X로 간질 치료제인 페니토인, 처방용 여드름약, 고지혈증을 치료하는 약 등이 이에 속한다. 특히 이소트레티노인 같은 여드름치료제는 임신 바로 전 혹은 임신 중 복용하면 태아의 뇌와 심장은 물론 정신지체 등 기형을 일으킬 수 있는 위험한 약품. 임신 중에 복용을 금하는 것은 물론이고 임신을 계획하고 있다면 6개월 이전에 약 복용을 중단해야 한다.
종류별 올바른 약 복용법
대부분의 감기약이나 진통제는 임신 중에 복용해도 비교적 안전한 약에 속한다. 하지만 태아의 기관이 형성되는 임신 초기 3개월까지는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모든 약 복용을 삼가는 것이 좋다. 복용이 꼭 필요한 경우에는 전문의와 상담 후 올바른 처방을 받아야 한다.
1. 감기약
감기는 대부분 바이러스에 의한 질환으로 특별한 치료를 하기보다 충분한 수분섭취와 휴식을 취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 그러나 충분한 수분 섭취와 휴식만으로 증상이 호전되지 않고 심한 고열이나 두통이 동반된다면 태아의 기형과 신경계 손상을 일으킬 수 있다.
이때는 타이레놀 같은 아세트아미노펜 계열의 비교적 안전한 약에 속하는 해열진통제를 복용하는 것이 좋다. 일반적으로 많이 복용하는 아스피린과 같은 소염진통제는 조기 폐동맥관폐쇄가 일어날 수 있으므로 분만 한 달 전부터 주의해야 한다. 슈다페드 등의 성분을 함유한 감기약은 자궁의 혈류량을 감소시키므로 복용해선 안 된다.
2. 두통약
임신 초기에는 호르몬의 변화, 수면부족, 혈액순환 저하 등으로 인해 두통이 흔히 나타난다. 타이레놀이나 펜잘 등의 해열진통제를 잠시 복용하는 것은 큰 무리가 없으나, 카페인이 포함된 진통제는 금단현상 및 혈관수축 같은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또, 아스피린, 부루펜 등은 임신 중에 복용하면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 두통에 효과가 있는 진통제 등을 의사의 처방 없이 구입할 때는 약사에게 반드시 임신 중임을 알리고 안전한 약을 구입할 것. 두통은 보통 임신 중기쯤 되면 점차 사라지는데, 만약 임신 말기까지 두통이 계속된다면 임신성 고혈압일 가능성이 있으므로 병원을 찾아 진료를 받는 것이 안전하다.
3. 변비약
임신으로 인한 변비는 호르몬의 변화로 인해 근육 활동이 감소하고 커진 자궁이 장을 눌러 발생하는 생리적인 현상으로 일반적인 변비와 다소 차이가 있다. 임신 중 변비 증상이 심하다면 좌약제를 사용하는 것이 비교적 안전하며, 대장을 직접적으로 자극하는 약은 피해야 한다.
임신 중 사용가능한 좌약형 변비약으로는 돌코락스가 대표적. 아락실, 듀파락 등은 비교적 안전한 변비약에 속한다. 단, 임신 말기에 관장약을 사용하면 장운동이 지나치게 활발해져 조산 가능성이 있으므로 주의할 것.
변비 증상이 심각한 편이 아니라면 관장약 같은 인위적인 방법보다는 식이섬유가 풍부한 과일과 채소 등을 충분히 섭취하고 물을 많이 마셔 자연스럽게 장운동이 활발해지도록 유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4. 영양제
임신 중에는 태아를 위해 적극적인 영양소 섭취가 필요하다. 임신을 계획하고 있다면 엽산을 섭취할 것. 하루 0.4mg 정도의 엽산을 섭취하면 태아의 신경계 장애를 예방하는 데 도움이 된다.
임신 중 성장 및 에너지 대사에 도움을 주는 철분이나 칼슘 등 성분을 함유한 영양제를 먹는 것도 도움이 된다. 단, 영양제를 지나치게 복용하면 태아뿐 아니라 모체에게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비타민A의 경우 과잉 섭취하면 태아의 심장이나 중추신경계에 좋지 않은 영향을 끼치며, 비타민C 역시 너무 많이 먹으면 비타민B12의 흡수를 방해한다. 따라서 임신 중에는 비타민 A의 함량이 4000IU 이하이거나 비타민A 함량이 거의 없는 제품을 섭취하는 게 좋다.
또, 비타민A와 유사한 구조를 가진 처방용 여드름 알약은 태아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치므로 삼가도록 한다. 임신 중에는 장 기능이 쉽게 저하되므로 위장에 자극이 될 수 있는 미네랄 함량이 높은 제품도 좋지 않다.
- 임신 중이라도 꼭 먹어야 한다!
임신 중에는 약물 복용을 되도록 피해야 하는 것이 사실이지만 질환에 따라 약을 꼭 복용해야 하는 경우도 있다. 약 처방 등 적절한 치료를 받으면 전혀 문제되지 않으나 그대로 방치하면 임신부와 태아에게 심각한 영향을 끼칠 수 있는 경우가 이에 해당된다. - 당뇨나 고혈압, 간질 등 질환을 가지고 있다면 그 질환 자체가 태아에게 위험할 수 있으므로 치료를 받는 것이 바람직하다. 임신 중 쉽게 걸릴 수 있는 요로감염이나 급성 신우신염 등도 마찬가지다. 단, 반드시 전문가의 처방하에 정해진 용량과 용법에 맞춰 약물을 복용해야 태아와 임신부에게 지장을 주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