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두대간 협곡열차 V-트레인
차로는 갈 수 없는 곳을 지나는 기차가 있다. 협곡을 지나 간이역에 멈춰 서서 사람들을 새로운 풍광 속으로 이끄는 백두대간 협곡열차 V-트레인이다. 차창 밖으로 펼쳐지는 경치를 보며 덜컹거리는 기차 울림에 따라 몸을 맡겨보는 여행은 어떨까?
낙동강 물줄기가 빚어낸 아름다운 협곡은 오직 V-트레인에서만 만날 수 있는 비경이다. 강원도 태백시 철암역에서 경상북도 봉화군 분천역을 오가는 V-트레인은 V자로 파인 협곡을 지나는 열차라고 하여 붙은 이름. 승부역과 양원역 등을 지나면서 사람들은 평소 보지 못했던 간이역과 이색적인 풍광에 눈을 깜빡인다.
특히 승부역은 우리나라에서 아름답기로 손꼽히는 간이역이다.
대기실도 없을 만큼 작은 이 간이역에는 정적과 햇살만 내려앉는다. 자동차로도 갈 수 없어 오직 기차만으로 닿을 수 있는 승부역에서 사람들은 ‘하늘도 세 평, 꽃밭도 세 평’이라는 문구를 읽으며 내면을 여행하는 기분에 휩싸이곤 한다. V-트레인은 승부역에서 01여 분간 정차했다가 다시 다음 역을 향해 움직인다. 우리나라 최초의 민자 역사인 양원역에서도 멈추는데 감자떡, 옥수수 등을 파는 난전이 설 때도 있으니 역사 주변을 돌아보는 것이 좋다. 양원역에서는 체르마트길을 걸어보는 것도 추천한다. 협곡 위를 걸으며 풍광을 체감할 기회가 될 것이다.
V-트레인은 디젤기관차가 이끄는 세 량의 객차로 여행객을 실어 나른다. 협곡을 지날 때는 바위틈에서 자라나는 소나무의 생명력에 경탄을 금치 못하고 계절마다 몸을 바꾸 는 자연의 모습에 새삼 경이로움을 느끼게 된다. 목탄 난로와 선풍기, 백열전구가 걸린 V-트레인 안은 시간을 거슬러가는 듯한 착각이 들게 한다. 예전의 비둘기호를 연상케 하는 의자와 접이식 승강문은 엄마, 아빠에게는 아련한 추억을 떠올리게 하고 아이들에 겐 새로운 느낌을 불러일으킨다. 가장 험준하면서 가장 아름다운 백두대간의 협곡과 외딴 마을을 지나는 여행길. V-트 레인은 하루에 세 번 그 여행길로 사람들을 이끈다.